현대 사회의 세속화와 탈종교 현상 – KRIM
현대선교 27 (Current Mission Trends): “세속화와 선교”. 발행 : 2023년 3월 31일, 서울:GMF Press. 수록면 : 9-38.
정재영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이며, 21세기교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교회의 종교사회학적 이해』(열린출판사, 2012), 『교회 안 나가는 그리스도인』(IVP, 2015), 『계속되는 도전: 늘어나는 비제도권 교회』(SFC, 2022) 등이 있다.
1. 들어가는 말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무종교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것은 2015년 인구센서스 이후 여러 통계에서 한국의 무종교인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센서스에서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국내 인구 비율은 전체의 56.1%로, 종교가 있다고 답한 비율(43.9%)보다 10%p 이상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종교 없는 사람이 종교 있는 사람을 추월한 것은 통계청이 종교 유무를 조사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최초이다. 그리고 한국 갤럽에서 2021년에 실시한 한국인의 종교 조사에서는 무종교인이 60%로 집계되었다.1한국갤럽 홈페이지, 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1208.
이것은 매우 의아한 결과이다. 전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종교인인 것과는 사뭇 다르게 매우 종교적인 사람들이라고 알려진 한국에서는 오히려 종교인이 50%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은 ‘무종교인’이라는 것이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종교적인 속성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완전히 세속적인 인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실시하는 거의 모든 종교 관련 조사는 종교단체 가입 유무를 가지고 종교인 여부를 판단한다. 곧 종교 단체에 속한 사람은 종교인,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종교인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종교에 관심이 있을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추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종교사회학자들은 종교 단체에 속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종교적인 문제에 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영적인 구도자’라는 말을 사용한다. 전체 미국인들 중에 거의 40%가 종교단체와 연관이 없지만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여전히 집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이 최근 미국에서 무종교인 수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미국의 무종교인들은 이전에는 대부분 기독교인이었으나 제도 교회를 떠나 무종교인이 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무종교인들이 모두 무신론자이거나 완전히 세속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일종의 불가지론자일 수도 있고 제도 종교나 종교 단체에는 소속되지 않지만 나름대로의 신앙 활동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2필 주커먼, 『종교 없는 삶』, 박윤정 역 (서울: 판미동, 2018), 114-21.
이것은 척도의 문제이기도 한데 단순히 종교 단체 가입 여부만으로 따진다면 종교인과 무종교인으로 분류되지만 ‘얼마나 종교적인가’를 기준으로 하면 이것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완전히 종교적인 사람에서 완전히 비종교적인 사람들 사이의 연속선 위에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무종교인들에게도 일정한 유형이 있고 그 나름대로의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무종교인들은 오히려 기존 종교 집단의 새로운 경쟁상대로 인식되고 있다.3임영빈, 정재영, “한국 무종교인에 관한 연구: 무종교인과 탈종교인의 분화를 중심으로,” 「종교연구」 77(2) (2017): 2장.
이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늘어나고 있는 무종교인과 탈종교 현상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여기서 탈종교 현상은 종교의 세속화와 관련되므로 세속화 이론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비판으로 등장한 탈세속화 이론의 입장 차이에 대하여 설명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론에 기초하여 서구와 우리 사회의 탈종교 현상에 대하여 논의할 것이다.
2. 세속화와 탈종교화
1) 세속화론과 탈세속화론
탈종교화는 다른 관점에서 종교의 쇠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오래된 종교사회학 주제인데 이를 설명하는 이론이 세속화 이론이다. 현대 사회를 가리키는 말로 탈산업화 사회, 정보화 사회, 지식사회, 서비스사회, 포스트모던 사회 등 다양한 표현이 있지만, 현대의 종교현상과 관련하여서는 ‘세속화 시대’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사회학자들은 근대 이후의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하고 근본적인 종교적 변화를 세속화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종교의 세속화는 종교사회학이라는 학문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세속화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중세에는 교역자가 교구(지역사회)를 책임지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말로 사용되다가, 교황과 황제가 분리되면서 교권으로부터 정치적 주권자에게 책임을 넘겨주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19세기 중엽부터 세속화는 정치 · 법률영역에서 문화 · 철학영역으로 확대되어 매우 광범위한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4김성건, 『종교와 이데올로기』 (서울: 민영사, 1991), 11-12.
우리 사회에서 세속화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모호한데, 특히 기독교계에서는 세속화를 교회가 세속의 가치에 매몰되어 교회 자체가 병들고 심지어는 부패했다는 뜻으로, 하나의 병리 현상으로 이해하곤 한다. 세속화에 대한 이러한 이해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것은 좁은 의미의 세속화로 세속화 개념의 일부분, 곧 한 쪽 면밖에는 보여주지 못한다. 이와 달리 종교사회학에서는 보다 넓은 의미의 세속화 개념을 제시하는데, 종교의 세속화는 ‘종교가 신앙과 의식 그리고 인간의 일상생활에 대한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쇠퇴하고 있는가?’의 문제와 관련된다. 이것은 교계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인 하나의 현상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종교 세속화에 대한 논의는 이미 고전 이론가인 막스 베버(Max Weber)와 에밀 뒤르케임(Emile Durkheim)의 저작에서도 나타나는데, 두 거장의 세속화에 대한 입장부터 판이하게 다르며 오늘날 세속화에 대한 논쟁은 이 둘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베버의 추종자들은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더 이상 공적인 관심사가 되지 못하며, 개인들의 사적인 관심사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이론적 입장을 취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반면에 뒤르케임을 따르는 학자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종교는 여전히 사회 문화적 수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대 종교사회학에서 처음으로 세속화를 중심 논제로 제시한 윌슨(Bryan R. Wilson)은 세속화를 “종교적 사고, 의식 및 기구들이 사회적 의미와 중요성을 잃게 되는 과정”으로 정의하면서 종교의 쇠퇴를 주장한 바 있다.5Bryan R. Wilson, Religion in Sociological Perspectiv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82), 148. 그에 따르면, 이러한 세속화 과정의 마지막은 무종교 사회가 될 것을 암시한다. 근대 이후 국교 폐지로 교회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교회 출석 빈도, 성직자 수가 감소하여 세속화는 일면 사실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 덴마크,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나 내세를 믿는 사람들이 30%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세속화된 사회의 전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미국의 종교사회학자인 필 주커먼(Phil Zuckerman)은 1년간 스칸디나비아에 머무르면서 다양한 계층의 200여 명을 인터뷰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비종교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도덕적이고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신 없는 사회』(Society without God)를 저술한 바 있다.6필 주커먼, 『신 없는 사회: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들이 만드는 현실 속 유토피아』, 김승욱 역 (서울: 마음산책, 2012).
베버의 영향을 받아 세속화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폭넓게 사회학적인 분석을 시도한 피터 버거(Peter Berger)는 베버의 ‘세계의 탈주술화’ 개념을 적용하여 프로테스탄티즘과 세속화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7피터 버거, 『종교와 사회』, 이양구 역 (서울: 종로서적, 1982), 5장. 버거는 세속화를 “사회 및 문화의 어떤 영역이 종교의 제도와 상징체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8버거, 『종교와 사회』, 125; 피터 버거, 『이단의 시대』 서광선 역 (서울: 문학과 지성사, 1981), 35. 버거에 의하면 세속화는 종교 다원주의적 상황을 낳는데, 종교 다원주의란 다양한 세계관이 공존하는 문화 상황을 뜻한다. 종교사회학에서 말하는 종교 다원주의는 신학에서의 의미와 달리 가치중립적인 개념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종교인이 관심 갖는 궁극적 실재의 성격 자체가 다원적이라는 곧 여러 가지 근원을 갖고 있다는 신학적인 의미와는 별개로 종교의 자유로 인해서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대 사회에서의 개인들은 다원적인 세계, 서로 경쟁하고 가끔은 서로 모순되는 ‘설득력의 구조’(plausibility structure)들 사이를 오가며 살고 있으며, 이들 각각의 설득력 구조는 그의 다른 설득력 구조들과 어쩔 수 없이 공존해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 영향력이 약화된다는 것이다.9버거, 『이단의 시대』, 76. 다원주의 상황은 서로 경쟁하는 설득력 구조의 수를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다원주의적 상황은 설득력 구조의 종교적 내용들을 상대화시켜 버린다. 보다 자세하게 말하면 종교적 내용은 “탈객체화”되어서 그동안 당연시되는 객체적 실재의 지위를 박탈당해 버리는 것이다.10버거, 『이단의 시대』, 167-68.
이러한 버거의 생각은 막스 베버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베버는 변신론과 관련하여 비슷한 주장을 한 바가 있다.11이에 대하여는 Max Weber, “The Social Psychology of the World Religions,” in From Max Weber: Essays in Sociology, eds. H. H. Gerth and C. Wright Mill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58), 271-75를 보라. 이 설득력 구조라는 표현은 미셔널 처치 개념에 초석을 놓은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이 빌려 사용한 용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브라이언 윌슨이 세속화론을 정립하고 피터 버거가 체계화한 이래, 세속화론은 이에 반대하는 여러 이론가에 의해 공격을 받아 왔다.12버거, 『종교와 사회』, 151, 152. 세속화의 관점에서 보는 종교에 대한 부정적 견해와 달리, 서구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세속적 이념들이 종교적 이념들을 대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급속한 사회변동의 시대 속에서 종교의 성격이 변형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에 의해서이다. 뿐만 아니라 세속화 자체를 전면 부정하는 입장도 있다. 보기를 들어, 제프리 해든(Jeffrey K. Hadden)은 종교의 쇠퇴에 대한 예상은 포괄적인 세속화론에 터한 것이며, 이 세속화론은 다시 훨씬 더 포괄적인 근대화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하면서, 세속화론은 그 토대가 밝혀지지 않은 전제에 자리 잡고 있는 이데올로기일 뿐이라고 주장한다.13Jeffrey K. Hadden, “Toward Desacralizing Secularization Theory,” Social Forces 65, no. 3 (March 1997): 587.
세속화론에 대한 가장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비판을 하는 이론가들은 이른바 종교에 대한 합리적 선택 접근을 주장하는 학자들이다.14Lawrence A. Young, Rational Choice Theory and Religion: Summary and Assessment (New York: Routledge, 1997), xii. 특히 스타크(Rodney Stark)와 베인브리지 (William Sims Bainbridge)는 The Future of Religion: Secularization, Revival and Cult Formation에서 세속화가 현대의 주요 흐름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세속화가 현대의 새로운 사실은 아니며 종교의 소멸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세속화는 모든 종교 경제(religious economy)에서 발견되는 과정이며, 모든 사회에서 항상 진행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종교 경제란 경제 현상과 같이 종교 현상을 수요와 공급, 그리고 시장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여 이해하고자 하는 개념이다. 특히 이들은 서구 지식인들이 종교를 기독교와 같은 것으로 잘못 생각함으로써, 이러한 기독교의 세속화를 전체적인 종교의 파멸로서 오해했다고 비판한다.15Rodney Stark and William Sims Bainbridge, The Future of Religion: Secularization, Revival and Cult Formation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85), 1-3.
여기서 세속화론을 수요측 이론이라고 하고 합리적 선택 이론을 공급측 이론이라고도 하는데 세속화론은 현대 사회에서 종교에 대한 수요 자체가 감소한 것으로 보지만, 합리적 선택 이론에서는, 유럽과 달리 미국의 상황에서 다양한 종교들의 공급이 있기 때문에 이에 따라 수요도 증가한다고 본다. 앞에서 언급한 주커먼 역시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종교의 세력이 미미한 이유 중 첫 번째로 ‘게으른 독점’을 꼽고 있다. 특정 사회에서 지배적인 종교 단 하나만 존재하고 국가가 그 종교를 지원해 준다면 종교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는 낮아진다. 반면에, 미국은 개신교의 거의 모든 교단의 발생지이고 심지어는 거의 모든 이단 종파까지도 미국에서 발생했다고 할 만큼 많은 종교적인 공급이 있다. 이렇게 선택지가 다양한 상황에서는 종교에 대한 수요 자체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경제학 이론에는 세이(J. B. Say)의 “판로 법칙”이라는 것이 있는데,16성창환, 『경제 원론』 (서울: 박영사, 1975), 40. 이것은 “공급이 그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내용으로 합리적 선택 이론가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 가장 비판적인 학자는 역시 세속화론의 입장에 서 있는 학자들이고 스티브 브루스(Steve Bruce)는 합리적 선택 이론을 논리적으로 매우 설득력 있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종교 행위가 논리적으로 생각되고 사리에 맞는 가장 일반적인 의미에서 합리적일 수도 있지만, 경제적 합리성이나 합리적 선택 모델의 적용에 의해 설명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경제적 접근방식은 문화 차원을 무시함으로써 종교 행위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은 세속적인 사회라는 왜곡된 관점을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17Steve Bruce, “Religion and Rational Choice: A Critique of Economic Explanations of Religious Behavior,” Sociology of Religion 54, no. 2 (1993): 194-95.
그리고 브루스는 우리가 무엇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인지 말할 수 없는 만큼, 그 이론은 실패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합리적 선택 이론은 합리성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두 매점으로부터 같은 아침식사 시리얼을 사는 경우에 값을 비교하고 더 싼 것을 사지 않는 것이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경제적 합리성의 한계에 대한 디징(Diesing)의 연구를 인용해서, “구원은 한정된 목표이고 그래서 성취의 수단과 기술을 가질 수 있지만, 다른 어떤 목표에 대한 대안은 아니다. “구원받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기술적인 질문은 합당한 것이고 대답될 수 있다. 그러나 “구원이 당신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라는 경제적인 질문은 대답될 수 없다”고 결론을 맺는다.18Bruce, “Religion and Rational Choice: A Critique of Economic Explanations of Religious Behavior,” 203-04.
2) 새로운 세속화론
이와 같이 세속화론과 합리적 선택 이론은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그러나 그 후에 등장한 새로운 세속화론은 여전히 일정한 간극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전의 세속화론에 비해 어느 정도의 대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세속화론을 주창한 데이비드 야메인(David Yamane)은, 세속화론의 사망에 대한 보고는 대단히 과장되었다며, ‘이전’ 패러다임의 핵심적인 통찰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관점의 정당한 비판을 통합하는 ‘이전의’ 패러다임과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대안으로서 새로운 세속화론을 주창한다. 그럼으로써 두 패러다임에 대한 외형적인 모순의 극복을 시도한다.19David Yamane, “Secularization on Trial: In Defense of a Neosecularization Paradigm,” Journal for the Scientific Study of Religion 36, no. 1 (1997).
그는, 세속화 패러다임은 종교는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있으며 스타크 등이 말하기 좋아하는 것처럼 종교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합리적 선택 이론의 옹호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세속화론에 대한 두 개의 문제 있는 비판에 대하여 반박한다. 첫째로, 사실은 핵심 주창자들이 세속화 패러다임은 종교의 쇠퇴나 소멸이 아니라 종교의 변형을 이론화했다고 주장하는데도, 세속화 이론에 반대하는 이들은 세속화론이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쇠퇴할 것이라는 사상을 주창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세속화론에 대하여 잘못 말했다는 것이다. 곧 윌슨과 같은 세속화 이론가들은 종교 자체의 쇠퇴나 종식이 아니라 종교의 ‘사회적 중요성의 감소’를 말했다는 것이다. 특히 세속화 이론가인 벨라와 루크만은 어떤 환경에서도 종교의 소멸을 인정하지 않은 것 때문에 비판받아 오기도 했다.
둘째로, 후기 세속화의 비판에 인용된 데이터는 전적으로 개인과 조직 수준의 것이고, 사회 수준에서의 세속화에 대한 진지한 고려는 없다는 것이다. 야메인이 새로운 세속화론자라고 분류한 차베스와 카사노바는 사회적 수준에서 제도적 분화의 중심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세속화에 반대되는 증거로서 제시된 종교적 신앙과 실천에 대한 양적인 데이터는 사람들이 믿는 방식과 그들이 종교를 실천하는 방식에서 질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다. 보기를 들어, 기존의 여론 조사 자료 중 아무 것도 조직된 종교가 해먼드와 벨라 등이 ‘표출적 개인주의’라고 부른 종교를 향한 지향성에 도달하지 못한다. 표출적 개인주의는 영성이 퇴화한 형태로 여겨지는 것인데, 이에 따른 논리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지배적인 흐름은 개인 수준에서 세속화가 사사화된 종교를 낳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차베스(Mark Chaves)는, 세속화는 “종교의 쇠퇴로서가 아니라 종교적 권위 영역의 쇠퇴”, 더 구체적으로, 종교적 권위 구조의 영향력의 감소로서 가장 잘 이해된다고 주장하고, 단순한 종교 활동(하나님에 대한 신앙, 교회 신도 수, 교회 참석에 의해 나타난)은 20세기 미국에서 외형적으로는 매우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의 행위를 규제하려는 종교적 권위의 능력은 실제로 감소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세속화의 대상으로서 종교 자체보다는 종교적 권위에 대한 강조를 함으로써 더 사회학적인 연구가 될 수 있다면서, 개인의 마음속에 있는 종교적 신앙, 감성 등은 그것들이 권위의 구조로서 동원되고 제도화될 때만 사회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종교적 권위 구조의 힘의 쇠퇴로서 세속화는 진정한 사회학적 현상으로서 세속화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또한 그가 주장하는 새로운 세속화론은 전 세계적인 보편적인 흐름으로서의 세속화보다는 각 사회의 역사성을 강조한다. 곧 사회 안과 밖의 종교적 권위의 여러 가지 범위를 설명하는 이론이 필요한 것이며, 종교적 권위가 현대 사회들에서 여러 권위 구조들 중의 하나라면, 필요한 것은 이러한 시간과 장소에서는 이러한 권위 구조가 지배적인 반면에, 저러한 시간과 장소에서 저러한 권위 구조가 지배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이라고 말한다.20Mark Chaves, “Secularization as Declining Religious Authority,” Social Forces 72, no. 3 (March 1994).
다음으로 카사노바(Jose Casanova)는 이제까지 세속화론에 담겨 있었던 신화적인 생각은 ‘탈신성화’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속화론을 전적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며, 세속화라는 보편적인 과정에 대한 신화적인 생각을 세속화라는 역사적인 과정들에 대한 비교 사회학적인 분석으로 대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세속화에 대한 현대 이론에서 공격할 수 없는 핵심은 “분화 논제와 종교적 제도와 규범으로부터 세속적인 영역의 해방”이라고 주장하고, 종교는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질 운명에 있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카사노바의 독특한 공헌은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사사화에 대한 그의 주장이다. 카사노바의 핵심 요지는 “근대성의 구조를 규정하는 구조적 흐름인 제도적 분화와 달리, 종교의 사사화는 역사적인 선택 문제, 확실히 ‘선호된 선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선택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국가에서 사사화라는 역사적 선택을 거부하는 ‘공공 종교’의 등장을 목격했으며, 우리는 현대 세계에서 종교의 ‘탈사사화’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한다.21Jose Casanova, Public Religions in the Modern World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4).
이와 함께, 새로운 세속화론을 주창하는 학자들은 세속화론의 사망에 대한 보고는 대단히 과장되었다고 말하며, ‘이전’ 패러다임의 핵심적인 통찰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관점의 정당한 비판을 통합하는 새로운 세속화론을 주창한다. 야메인은 이러한 방법을 통해 두 패러다임에 대한 외형적인 모순의 극복을 시도한다.22David Yamane, “Secularization on Trial: In Defense of a Neosecularization Paradigm,” Journal for the Scientific Study of Religion 36, no. 1 (1997). 그는 세속화 패러다임은 종교가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있으며 비판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종교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세속화의 핵심 주창자들은 세속화 패러다임을 종교의 쇠퇴나 소멸이 아니라 종교의 변형을 이론화했다고 주장한다. 세속화 이론가들은 종교 자체의 쇠퇴나 종식이 아니라 종교의 ‘사회적 중요성의 감소’를 말했다는 것이다. 특히 세속화 이론가인 로버트 벨라(Robert N. Bellah)와 토마스 루크만(Thomas Luckmann)은 어떤 환경에서도 종교의 소멸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23Robert N. Bellah, “Civil Religion in America,” Daedalus, (Winter 1967); Robert N. Bellah, “Civil Religion in America,” in Beyond Belief (New York: Harper & Row, 1970), 9장, 토마스 루크만, 『보이지 않는 종교』, 이원규 역 (서울: 기독교문사, 1982), 123, 238.
한편,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탈제도화 현상도 일종의 세속화의 한 측면으로 이해될 수 있다. 탈현대 사회에서는 제도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는 근대 사회의 개인과는 달리 ‘소속 없는 개인’으로서 탈제도화된 속성을 띄게 된다. 이들은 사회 역할을 부과하는 획일적이고 상투적인 규범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대로 살겠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제도 종교에 속하기를 거부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말하자면 제도 종교 차원의 세속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세속화는 한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차베스는 사회 수준과 개인 수준의 세속화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사회들을 범주화하고 있다.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1> 두 차원의 세속화: 사회적 설정24Mark Chaves, “Secularization as Declining Religious Authority,” Social Forces 72, no. 3 (March 1994): 761.이 그림에서 사회 수준의 세속화가 낮은 수준인 곧 사회 수준에서 종교적 권위의 범위가 넓은 사회는 교육, 과학, 국가와 같은 제도가 종교적 권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회이다. 그것은 종교적 권위가 다른 영역들로부터 역사적으로 분화된 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거나(몇몇 전통적인 사회에서처럼), 분화된 종교적 권위가 다른 영역들에 대한 통제를 행사하기 때문이다(중세 유럽이나 현대 이란처럼). 사회적 세속화가 높은 수준의 사회는 종교적 권위가 국가, 경제, 예술, 과학 등의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최소한의 그리고 간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대의 산업화된 사회들이다.
여기에서 제도 종교의 차원을 더하면, 사회 수준이나 개인 수준과 상관없이 제도 종교에 참석하거나 제도 종교의 권위에 영향을 받는 수준에 대해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국교가 있어서 사회 수준의 세속화가 낮지만 제도 종교의 참여율은 낮은 경우가 있을 것이고, 반대로 사회 수준의 세속화가 높지만 제도 종교의 참여율은 높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또한 개인의식 수준의 세속화가 낮지만 제도 종교의 참여율은 낮은 경우와 반대로 개인 수준의 세속화가 높지만 제도 종교의 참여율은 높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물론 마지막 경우는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 제도 종교 수준에서의 세속화를 함께 논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나안 성도의 경우는 사회 수준의 세속화가 높고, 개인 수준의 세속화는 낮으며 제도 종교 수준에서의 세속화가 높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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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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